붙여넣기 전에 멈칫하게 되는 순간
회의록을 정리해 달라고 하려는데 참석자 이름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계약서 문구를 다듬어 달라고 하려는데 거래처 이름과 금액이 보입니다. 이력서를 봐 달라고 하려는데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고요.
이럴 때 드는 생각은 대체로 하나입니다. 이거 어디 남나. 남으면 누가 보나.
찾아보면 답이 있습니다. 세 회사 모두 문서로 밝혀 두었거든요. 다만 한 줄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어느 제품을 쓰느냐에 따라 기본값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은 각 회사가 자기 문서에 뭐라고 적어 두었는지를 옮긴 것입니다. 법률 자문이 아니고, 회사 규정을 대신하지도 않습니다.
개인용과 업무용이 반대다
가장 중요한 구분이 이것입니다. 같은 회사 서비스라도 개인이 쓰는 것과 회사가 계약해서 쓰는 것의 기본값이 다릅니다.
OpenAI 문서는 개인용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적습니다. 개인용 서비스를 쓸 때 콘텐츠를 모델 학습에 쓸 수 있다고요. 그리고 사용자가 원치 않으면 직접 꺼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반대로 업무용 제품과 API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학습에 쓰지 않으며, 조직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공유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밝힙니다.
Anthropic도 갈라 둡니다. 개인용 제품에서는 사용자가 허용하기로 선택한 경우에 쓴다고 적고, 업무용과 API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입력과 출력을 학습에 쓰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Google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유료냐 무료냐로 가릅니다. 유료 서비스에서는 프롬프트와 응답을 제품 개선에 쓰지 않는다고 하고, 무료 서비스에서는 제출한 내용과 생성된 응답을 구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개선·개발하는 데 쓴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 구분 | 개인용·무료 | 업무용·유료 |
|---|---|---|
| OpenAI | 학습에 쓸 수 있음 — 직접 꺼야 한다 | 기본적으로 쓰지 않음 |
| Anthropic | 사용자가 허용한 경우에 씀 | 기본적으로 쓰지 않음 |
| Google (Gemini API) | 제품 개선에 사용한다고 명시 | 제품 개선에 쓰지 않음 |
가장 세게 적어 둔 곳은 구글이다
세 문서 중에 표현이 가장 직접적인 쪽은 구글입니다. 무료로 쓰는 경우에 대해 두 문장을 못 박아 두었습니다.
하나는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검토자가 API 입력과 출력을 읽고 주석을 달고 처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물론 검토자가 보기 전에 구글 계정과 API 키, 클라우드 프로젝트에서 데이터를 분리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예 지시문입니다. 민감하거나 기밀이거나 개인적인 정보를 무료 서비스에 제출하지 말라고요.
회사 자료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이 한 줄이 판단을 대신해 줍니다. 무료로 붙여 쓰는 구성이라면 그 안에 거래처 이름이나 사람 이름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니까요.
학습을 껐어도 새는 구멍이 하나 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덜 알려진 부분입니다. 설정에서 학습을 껐다고 안심하기 쉬운데, 두 회사 문서 모두 예외를 하나씩 적어 두었습니다.
답변 아래에 붙어 있는 엄지 버튼입니다. 좋았다거나 별로였다고 누르는 그것이요.
OpenAI 문서는 학습을 껐더라도 피드백을 보낼 수 있으며, 피드백을 보내면 그와 관련된 대화 전체가 모델 학습에 쓰일 수 있다고 적습니다. Anthropic 문서도 같은 취지인데 보관 기간까지 밝혀 두었습니다. 피드백 데이터는 최대 5년간 보관된다고요.
무심코 누르기 쉬운 버튼입니다. 답이 마음에 들면 별생각 없이 엄지를 올리게 되는데, 그 순간 방금까지 넣은 내용이 예외 조항으로 넘어갑니다. 회사 자료가 섞인 대화에서는 이 버튼을 안 누르는 게 안전합니다.
흔적을 덜 남기고 쓰는 방법
두 회사 모두 대화를 남기지 않는 모드를 두고 있습니다.
Anthropic 문서는 시크릿 대화가 모델 개선 설정을 켜 두었더라도 학습에 쓰이지 않는다고 적습니다. OpenAI에는 임시 채팅이 있는데, 문서에 따르면 기록에 남지 않고 기억을 만들거나 쓰지도 않으며 학습에도 쓰이지 않습니다.
쓰기도 간단합니다. 회의록이나 초안처럼 한 번 정리하고 마는 일이라면 이 모드로 여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대화 목록에 안 남으니 나중에 회사 노트북을 남에게 보여줄 일이 생겨도 곤란하지 않고요.
다만 이건 학습과 노출을 줄이는 장치이지 아무 데도 안 남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전이나 정책 위반을 확인하기 위한 기록은 별도로 남을 수 있다고 문서들이 밝히고 있습니다. 구글도 유료 서비스에 대해 금지된 사용을 탐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제한된 기간 동안 기록을 남긴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런 모드로 열었다고 해서 회사 규정을 지킨 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규정이 외부 AI 서비스에 업무 자료를 올리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면, 시크릿으로 열어도 위반입니다. 학습에 쓰이느냐와 규정을 지켰느냐는 별개 문제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어떻게 하나
정리하면 판단은 세 단계면 끝납니다. 지금 쓰는 게 개인용인가 업무용인가, 학습 설정이 어떻게 되어 있나, 그리고 이 내용이 남에게 보여도 되는 것인가.
회사에서 계약해 쓰는 도구라면 첫 단추가 이미 잠겨 있습니다. 문제는 대개 개인 계정으로 몰래 쓰는 경우입니다. 회사가 아직 도입을 안 했는데 일이 급해서 개인 계정에 붙여넣는 상황이요. 이때가 기본값이 가장 불리한 조합입니다.
그리고 넣기 전에 지우는 습관이 결국 가장 확실합니다. 문장을 다듬어 달라고 할 때 거래처 실명이 꼭 필요한 경우는 드뭅니다. 이름을 A사로 바꾸고 금액을 지워도 문장은 똑같이 다듬어집니다.
회사 규정이 따로 있다면 그게 먼저입니다. 여기 적은 건 각 회사 문서가 밝힌 기본값이지, 우리 회사가 허용하는 범위가 아니니까요.
- 개인 계정으로 회사 자료를 넣지 않는다 — 기본값이 가장 불리한 조합이다
- 학습을 껐어도 엄지 버튼은 예외다. 회사 자료가 섞인 대화에서는 누르지 않는다
- 한 번 쓰고 마는 일은 시크릿·임시 대화로 연다
- 실명과 금액은 넣기 전에 지운다 — 대체로 없어도 결과가 같다
- 무료 API에는 기밀을 넣지 않는다 — 문서가 직접 그렇게 적어 두었다
실제로 무엇을 지우고 넣나
지우라는 말이 막연하니 실제 문장으로 보겠습니다. 아래 셋은 흔히 붙여넣게 되는 종류입니다.
회의록이라면 이렇습니다. 원문이 김철수 부장이 3분기 매출 목표를 120억으로 올리자고 제안했고 이영희 팀장이 반대했다는 식이라면, 넣을 때는 A 부장이 3분기 매출 목표 상향을 제안했고 B 팀장이 반대했다로 바꿉니다. 문장을 다듬어 달라는 요청에 실명과 금액이 필요한 경우는 없습니다.
메일 초안이라면 수신처 회사명과 담당자 이름을 지웁니다. 귀사, 담당자님으로 바꿔도 문장의 어투를 다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나중에 답을 받아서 실명을 다시 채워 넣으면 됩니다.
이력서나 인사 자료는 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 학교명을 지우고 경력 연차와 직무만 남겨도 검토는 됩니다.
요령은 하나입니다. 지우고 나서 요청이 성립하는지 보는 것. 성립하면 그건 애초에 필요 없던 정보입니다. 성립하지 않는다면 그 작업은 AI에 맡길 게 아니라 직접 하는 편이 맞습니다.
아래 회의록을 세 줄로 요약해 줘. 김철수 부장이 3분기 매출 목표를 120억으로 올리자고 제안. 이영희 팀장은 인력 충원 없이는 무리라고 반대. 결론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 재검토.
아래 회의록을 세 줄로 요약해 줘. A 부장이 3분기 매출 목표 상향을 제안. B 팀장은 인력 충원 없이는 무리라고 반대. 결론은 다음 주 초까지 재검토.
요약 결과는 사실상 같다. 실명과 금액이 요약의 품질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제한된 기간 기록은 남는다
학습에 안 쓴다는 것과 아무 데도 안 남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구분이 문서에 명시돼 있습니다.
Google은 유료 서비스에 대해 프롬프트와 응답을 제품 개선에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 동시에 금지된 사용 정책 위반을 탐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법적·규제상 공개가 필요한 경우를 위해 제한된 기간 동안 프롬프트와 응답을 기록한다고 밝힙니다.
Anthropic도 피드백 데이터에 대해 최대 5년 보관을 명시하고, 안전 검토를 위해 대화가 표시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니 정확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학습에 쓰이지 않을 뿐 기록은 남습니다. 회사 자료가 남에게 노출될 위험은 줄지만, 아예 흔적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게 실무에서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계약상 자료를 제3자 시스템에 보관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학습에 안 쓴다는 문구만 보고 괜찮다고 판단하면 보관 조항에서 어긋납니다.
그래서 기업이 AI 도구를 도입할 때 데이터 보관 기간과 저장 지역을 별도로 협의하는 겁니다. 개인이 개인 계정으로 쓰는 경우에는 그런 협의가 없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금까지 본 내용은 각 회사가 공개한 문서를 옮긴 것이고, 정책은 계속 바뀝니다. 특히 기본값은 조용히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업무에 계속 쓸 도구라면 반년에 한 번쯤 설정 화면을 다시 열어보시길 권합니다. 켜둔 줄 알았던 것이 꺼져 있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생깁니다.
정리
- 개인용과 업무용은 학습 여부의 기본값이 정반대다
- 구글은 무료 서비스에 기밀·개인정보를 제출하지 말라고 직접 적어 두었다
- 학습을 꺼도 엄지 버튼을 누르면 그 대화 전체가 예외가 된다
- Anthropic은 피드백 데이터를 최대 5년 보관한다고 밝힌다
- 시크릿·임시 대화는 학습에서 제외되지만 안전 기록까지 없는 건 아니다
출처
- OpenAI Help Center How your data is used to improve model performance
- Anthropic Privacy Center Is my data used for model training? (소비자 제품)
- Anthropic Privacy Center Is my data used for model training? (상업용 제품)
- Google AI for Developers Gemini API Additional Terms of Service
데이터 정책은 자주 바뀌고 요금제와 지역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위 내용은 2026년 8월에 확인한 문서를 기준으로 한 정리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업무에 적용하실 때는 소속 조직의 규정과 각 서비스의 최신 약관을 함께 확인해 주세요.
틀린 내용을 찾으셨다면 문의로 알려주세요. 확인 후 고치고 갱신일을 올립니다.